: 17년의 기다림 끝에 한여름을 수놓는 매미들처럼

16′ 엄성식

장애유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적·자폐성장애인은 미디어에서도 자주 다뤄져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들을 교육·치료하는 목적의 학교인 특수학교에 대해서는 일반인들 중 님비현상을 직접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특수학교 설립 반대자들을 제외하고는 관심이 전무한 수준이다.

특수학교 학생들은 유치부 3년, 초등부 6년, 중등부 3년, 고등부 3년, 전공부 2년 도합 17년을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된다. 즉, 17년간 같은 공간을 사용하게 된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생각해본적도 없을것이 당연하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특수학교 공간을 경험해 봤다고 응답한 일반인은 전체 응답자의 7%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공간을 다루는 건축가들은 어떨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특수학교들은 일반적인 학교의 실배치를 따르고, 공간구성 또한 획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1997년 개교한 밀알학교는 혁신적이었다. 건축가가 주도하여 장애학생들의 편의와 학습환경에 대한 고려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첫번째 특수학교라 할 수 있었고, 이후의 특수학교들의 공간구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2023년 현재까지도, 거의 모든 특수학교들은 밀알학교의 중정형 배치를 따르고 있다. 물론 중정형 배치는 공간적으로 안정감에서부터 기능적으로는 관리감독의 용이함까지 장점이 확실하다. 하지만 ‘17년간 학년이 바뀌어도 같은 대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적합한가?’라는 의문은 계속해서 남아있었다.

또한 특수학교는 필수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는 실들이 일반적인 학교에 비하여 종류가 다양하다. 치료의 목적에서 직업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실행될 수 있는 공간적 환경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특수학교들은 특수학교법에 명시되어 있는 면적만 일반교실의 형태로 충족시키는식의 공간활용이 빈번하다. 직업교육 시설들의 대부분이 장애학생들 뿐 아니라 직업교육이 필요한 일반인들도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배치를 가지고 있다.

본 프로젝트는 특수학교의 실들을 배치하는 방식을 새롭게 제안하고, 그와 연계되는 ‘특수’한 공간들을 개방정도에 따라서 적절한 위치·시퀀스로 배치하여 학교의 주요 타겟 장애유형의 학생들의 교육과 치료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시말해서, 17년의 긴 세월동안 향유하는 공간들을 거쳐 장애학생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발돋움 할 수 있는 토양과 같은 특수학교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