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80) / 거리의 건축가를 꿈꾸며 협동조합 조합원
작품설명
대지를 처음 본 순간 북향에 경사 30도, 도로도 없는 원시적 환경.
그 수억 년 세월의 흔적을 감히 건드리는 것은 신성함의 불경이랴.
그래도 나름의 합리화 과정을 거쳐 과감하게 메스를 댄다.
나는 자연의 흐름을 읽으려 노력했고 그 안에 사람들의 삶의 터를 마련한다.
삶의 자유로움이란? 자연과의 조화란? 생명, 터, 실존, 사유, 바람. 사용가치 등 수 많은 단어들이 서로 엉키고 상처내고 날아가고 내 머리가 하늘로 올라간다.
마치 마그리트의 초현실적인 그림처럼~
그래 이론보다 감각이지.
난 예술가! 몇 번이고 되새긴다.
몇 날 몇 일을 고민하다 나는 건축을 포기했다.
장렬히 전사한다.
무덤 속에 묻힌 가련한 못다 핀 건축가.
그러다 내가 하늘로 들려올라갈 때, 내가 완전 소멸되고 타자의 공간 속으로 들어갈 때 나는 환상을 본다.
나는 깨닫는다. 내가 완전히 사라져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블랑쇼의 침묵의 다가가기처럼.
그래서 뭔가 태어났다. 세상을 열어주고 연결하는 숨의 건축 ‘누리울’
그러나 바로 사라져버린다. 잡을 수 없다.
그게 교환가치의 세계로 접어들어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도그빌의 건축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거리의 건축가가 되기를, 유토피아를 꿈꾸는 또 다른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