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김경민
Palimpsest는 사본에 기록되어있던 원 문자 등을 갈아내거나 씻어 지운 후에, 다른 내용을 그 위에 덮어 기록한 양피지 사본을 말한다.
기록들을 쓰고 지우는 행위가 반복되어 그 생각의 흔적들이 겹겹히 쌓여 결국에는 세월과 역사의 저장소가 된다.
내가 생각하는 서울, 이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을 가치있고 유니크하게 만드는건 높은 빌딩숲과 그것을 가로지르는 넓고 긴 도로가 아니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잠시 햇볕을 피해 앉아 있을 수 있는 그늘, 두런두런 모여 서로의 작은 안부를 물어볼 수 있는, 우리의 동네이다.
이러한 흔적들이 쌓여있는 도시를 땅의 가치만 바라보고 개발하는것이 아닌 그것을 뛰어넘는 더 중요한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기억하고 후에 다시 쓰여 질 수 있도록 보존하고 재생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