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솜(20)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놓인 부산 이기대의 절벽 아래로, 건물의 축을 바다를 향해 내렸다. 시선의 방향에 따라 구성된 공간의 연속은 전체 건축의 전략으로 작동하며, 장면을 따라 걷는 전시공간의 흐름 속에서 관람자는 천천히 몰입하게 되고, 자연스레 아래로 향한다.

절벽의 단면을 따라 배치된 공간들은 단절 없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되고, 일정한 리듬 속에서 개구부가 제한적으로 열리며 자연이 드러난다. 개구부가 닫힌 공간에서는 외부를 차단하고 벽면에 집중하게 하여, 내부 전시가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작동한다.

여정의 끝에서는 도서관과 카페로 이어지는 머무름의 공간이 등장하며, 건축은 마침내 자연을 온전히 드러내고 사용자가 그것을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도록 열린다.